일상
너는 내 운명 2010
retriever
2010. 7. 12. 11:23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국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 으뜸으로 나는 황정민과 전도연이 주연을 맡았던 '너는 내 운명'이라는 영화를 꼽을 것이다. 현실적인 상황에서의 '비현실적인 행위'는 언제나 감동을 가져다주기 마련이다. 우직하게 평생을 살아온 주인공 석중은 그에게 찾아온 사랑 앞에서도 우직하다. 실제로 그 상황이 우리에게 닥친다면 이루말할 수 없는 고난과 슬픔이 뒤따르겠지만, 관조자 혹은 방관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2005년 극장에서 영화를 처음 접한 후 지금까지 이래저래 3-4번은 본 것 같다. 영화의 성공 요인 몇 가지를 꼽는다면 첫째로 양주인공의 극단적인 설정이다. 실화를 토대로 했다는 이야기가 무성했는데, 그 이야기를 두고도 네티즌들이 사실 여부를 놓고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것 같다. 서로 다른 성격을 지녔거나, 살아온 또는 살아가는 환경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면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이 많기 마련이다. 그러한 엇갈림이나 충돌 때문에 관망하는 사람들은 즐겁다. '사랑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고집하는 석중과 '사랑은 변한다'고 생각하는 은하 그리고 한 곳에서 가장 정직한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석중과 여러 곳을 떠돌며 사회적으로 부도덕한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은하는 모든 면에서 서로 상충된 존재였다. 둘째로, 극적 반전이다. 석중의 열렬한 구애가 영화의 전반부를 장식하면서 두 사람이 탄 행복 열차가 이제 막 출발하려던 찰나에 영화는 반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인공들의 감정에 동화되어 넋을 잃고 있는 관객에게 찾아드는 '벼락같은 슬픔'은 정말 '쥐약'이 따로없다. 관객들은 미처 감정을 추스를 여유도 갖지 못한채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고 만다. 많은 '신파' 영화들이 그런 반전 시나리오를 따른다. 마지막으로, 위의 두 사항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조연들의 활약과 짜임새있는 구성이다. 구성은 유쾌하면서도 흥미로운 대본과 적절한 속도의 스토리 전개를 포함한다. 석중이와 함께 노총각 3총사, 즉 '삼노총'이라고 불리는 조연들과 어머니 역을 맡은 나문희, 동네 이장 역을 맡으신 분 등이 감초 역할을 해줌으로써 영화를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위 세가지가 '삼위일체'가 되어 비로소 '좋은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랑, 변한다(?), 변하지 않는다(?)
석중과 은하가 자동차 극장에서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를 보고 귀가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였다. 그들은 사랑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이 보았던 영화 '봄날은 간다'의 마지막 장면에서 유지태는 이영애에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며 애절하게 물었다. 석중은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변하고, 은하는 사랑은 변하는 것이라고 맞선다. 과연 사랑은 변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나는 아직도 그 답을 모르겠다. 사랑은 하나의 색깔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지 그 '色'이 달라졌다고 하여 변했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가시적으로 달라졌지만, 본질적으로는 달라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람의 人性은 변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감정은 조석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인간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따라서 사랑을 '감정의 크기' 만으로 재단한다면, 사랑은 매순간 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혹자는 '이성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특히나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동반자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가슴으로 하는 사랑과 머리로 하는 사랑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사랑의 범위를 '이성간의 격정'으로 한정시킨다면, '사랑의 유통기한'이라는 세간의 말처럼 허망하기 그지 없는 감정이 그 '사랑'이기도 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또 보고 싶고, 한 시간이 멀다 하고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하는 시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결같이 무감해지는 것은 더욱더 놀랍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란 유통기한이 지나면 상해서 버려야만 하는 '우유같은 사랑'이 아니라 숙성시키면 시킬수록 더 가치가 더해지는 '와인 같은 사랑'이 아닐까 싶다. '격정'은 사라지더라도 '사랑 그 자체'는 항상 은은하게 향기를 내뿜는 그런 사랑.
2005년 극장에서 영화를 처음 접한 후 지금까지 이래저래 3-4번은 본 것 같다. 영화의 성공 요인 몇 가지를 꼽는다면 첫째로 양주인공의 극단적인 설정이다. 실화를 토대로 했다는 이야기가 무성했는데, 그 이야기를 두고도 네티즌들이 사실 여부를 놓고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것 같다. 서로 다른 성격을 지녔거나, 살아온 또는 살아가는 환경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면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이 많기 마련이다. 그러한 엇갈림이나 충돌 때문에 관망하는 사람들은 즐겁다. '사랑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고집하는 석중과 '사랑은 변한다'고 생각하는 은하 그리고 한 곳에서 가장 정직한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석중과 여러 곳을 떠돌며 사회적으로 부도덕한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은하는 모든 면에서 서로 상충된 존재였다. 둘째로, 극적 반전이다. 석중의 열렬한 구애가 영화의 전반부를 장식하면서 두 사람이 탄 행복 열차가 이제 막 출발하려던 찰나에 영화는 반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인공들의 감정에 동화되어 넋을 잃고 있는 관객에게 찾아드는 '벼락같은 슬픔'은 정말 '쥐약'이 따로없다. 관객들은 미처 감정을 추스를 여유도 갖지 못한채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고 만다. 많은 '신파' 영화들이 그런 반전 시나리오를 따른다. 마지막으로, 위의 두 사항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조연들의 활약과 짜임새있는 구성이다. 구성은 유쾌하면서도 흥미로운 대본과 적절한 속도의 스토리 전개를 포함한다. 석중이와 함께 노총각 3총사, 즉 '삼노총'이라고 불리는 조연들과 어머니 역을 맡은 나문희, 동네 이장 역을 맡으신 분 등이 감초 역할을 해줌으로써 영화를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위 세가지가 '삼위일체'가 되어 비로소 '좋은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랑, 변한다(?), 변하지 않는다(?)
석중과 은하가 자동차 극장에서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를 보고 귀가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였다. 그들은 사랑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이 보았던 영화 '봄날은 간다'의 마지막 장면에서 유지태는 이영애에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며 애절하게 물었다. 석중은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변하고, 은하는 사랑은 변하는 것이라고 맞선다. 과연 사랑은 변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나는 아직도 그 답을 모르겠다. 사랑은 하나의 색깔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지 그 '色'이 달라졌다고 하여 변했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가시적으로 달라졌지만, 본질적으로는 달라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람의 人性은 변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감정은 조석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인간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따라서 사랑을 '감정의 크기' 만으로 재단한다면, 사랑은 매순간 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혹자는 '이성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특히나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동반자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가슴으로 하는 사랑과 머리로 하는 사랑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사랑의 범위를 '이성간의 격정'으로 한정시킨다면, '사랑의 유통기한'이라는 세간의 말처럼 허망하기 그지 없는 감정이 그 '사랑'이기도 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또 보고 싶고, 한 시간이 멀다 하고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하는 시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결같이 무감해지는 것은 더욱더 놀랍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란 유통기한이 지나면 상해서 버려야만 하는 '우유같은 사랑'이 아니라 숙성시키면 시킬수록 더 가치가 더해지는 '와인 같은 사랑'이 아닐까 싶다. '격정'은 사라지더라도 '사랑 그 자체'는 항상 은은하게 향기를 내뿜는 그런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