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냉정과 열정사이, 츠지 히토나리
retriever
2009. 6. 19. 11:56
과거를 복원시키고자 했던 쥰세이의 노력은 결국 성공으로 끝날 듯 싶다. 누구에게나 복원시키고 싶은 과거는 있으나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한다. 더불어 과거는 항상 추억속에 머무르는 편이 아름답다고 애써 생각하기도 한다. 삶이란 주어진 시간을 '자유 의지'에 따라 잘 활용하는 시간의 모음이다. 선택하는 것과 후회하는 것, 용기를 내는 것은 모두 개인에게 주어진 몫일 뿐이다.
쥰세이와 아오이는 과거를 복원시키고자 하는 공동의 바램을 가지고 있었고, 지나치듯 흘린 오래전 약속을 부여잡고 있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오래된 논쟁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마음도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참 어렵다. 이를테면 사랑하기에 만나는건지, 만나니까 사랑하는건지.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이미 누군가를 마음속에 담고 있었다고 하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쥰세이와 아오이의 약속과 그들의 오랜 기다림은 무엇이 먼저인지, 무엇이 목적이고 과정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약속을 위해 기다린 것도 아니고, 기다리다 보니 약속이 지켜진 것도 아닌 모호한 상태랄까.
책을 보는 내내 담담한 쥰세이의 마음과 생활에 공감을 많이 했다. 과거의 추억을 현재의 시간으로 가만히 끌어오는 것은 꽤나 운치있는 일이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들이 버무려져 시간이 흐르다보니, 빛바랜 사진을 보듯이 감정에 色이 없어진다. 쥰세이가 스스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듯이, 나 역시 그랬다. 그리곤 내가 복원시키고 싶은 과거, 한편으로 결국 과거를 복원시키게 될 것이라는 3자로서의 믿음 때문에 쥰세이가 부럽기도 했다. 그의 차분하고 담담하던 마음들이 점점 고통스러운 감정으로 치달아갈 즈음엔 다소 거부감이 생겼다. 그것은 고통이며 곧 절망과도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삶의 목적과 존재의 이유가 오로지 과거 속의 한 여인에게로만 조명되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가슴 속 구석의 추억이 아니라, 그의 가슴을 꽉 채우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나는 쥰세이의 진실성을 100% 이해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아오이를 마음에 품고 있으면서도 그 옆에 존재했던 메미라는 여자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랑하던 중에 떠나보낸 사랑은 후회가 남을 가능성이 크다. 쥰세이와 아오이 모두 다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을 갖고 살았던 셈이다. 만일 그런 미련이 아니었다면 쥰세이는 메미라는 여자에게도 충분한 사랑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또 충분히 사랑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메미가 가져다준 처음의 그 설레임과 매력이 다할 즈음, 쥰세이는 다시 아오이를 기억속에서 불러들인 셈이다. 그것은 메미가 가지지 못한 현재의 아쉬움들을 과거의 아오이가 채워주는 것이며,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쥰세이는 과거 아오이가 가지고 있었던 단점을 더이상 기억하지 못한다. 메미는 충분히 매력있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지만, 과거에 대한 미련을 품고 사는 사람에게는 약이 없다. 사랑은 현재형이지만, 미련은 과거형이다. 그래서 쥰세이는 과거를 살고 있는 사람이다. 쥰세이의 감정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감정은 그저 현재상태로 존재하는 감정일 뿐이니까.
쥰세이와 아오이는 과거를 복원시키고자 하는 공동의 바램을 가지고 있었고, 지나치듯 흘린 오래전 약속을 부여잡고 있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오래된 논쟁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마음도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참 어렵다. 이를테면 사랑하기에 만나는건지, 만나니까 사랑하는건지.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이미 누군가를 마음속에 담고 있었다고 하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쥰세이와 아오이의 약속과 그들의 오랜 기다림은 무엇이 먼저인지, 무엇이 목적이고 과정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약속을 위해 기다린 것도 아니고, 기다리다 보니 약속이 지켜진 것도 아닌 모호한 상태랄까.
책을 보는 내내 담담한 쥰세이의 마음과 생활에 공감을 많이 했다. 과거의 추억을 현재의 시간으로 가만히 끌어오는 것은 꽤나 운치있는 일이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들이 버무려져 시간이 흐르다보니, 빛바랜 사진을 보듯이 감정에 色이 없어진다. 쥰세이가 스스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듯이, 나 역시 그랬다. 그리곤 내가 복원시키고 싶은 과거, 한편으로 결국 과거를 복원시키게 될 것이라는 3자로서의 믿음 때문에 쥰세이가 부럽기도 했다. 그의 차분하고 담담하던 마음들이 점점 고통스러운 감정으로 치달아갈 즈음엔 다소 거부감이 생겼다. 그것은 고통이며 곧 절망과도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삶의 목적과 존재의 이유가 오로지 과거 속의 한 여인에게로만 조명되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가슴 속 구석의 추억이 아니라, 그의 가슴을 꽉 채우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나는 쥰세이의 진실성을 100% 이해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아오이를 마음에 품고 있으면서도 그 옆에 존재했던 메미라는 여자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랑하던 중에 떠나보낸 사랑은 후회가 남을 가능성이 크다. 쥰세이와 아오이 모두 다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을 갖고 살았던 셈이다. 만일 그런 미련이 아니었다면 쥰세이는 메미라는 여자에게도 충분한 사랑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또 충분히 사랑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메미가 가져다준 처음의 그 설레임과 매력이 다할 즈음, 쥰세이는 다시 아오이를 기억속에서 불러들인 셈이다. 그것은 메미가 가지지 못한 현재의 아쉬움들을 과거의 아오이가 채워주는 것이며,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쥰세이는 과거 아오이가 가지고 있었던 단점을 더이상 기억하지 못한다. 메미는 충분히 매력있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지만, 과거에 대한 미련을 품고 사는 사람에게는 약이 없다. 사랑은 현재형이지만, 미련은 과거형이다. 그래서 쥰세이는 과거를 살고 있는 사람이다. 쥰세이의 감정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감정은 그저 현재상태로 존재하는 감정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