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김장훈의 행복 하이킥
retriever
2011. 1. 1. 11:56
2010년이 가고 2011년이 왔다. 2010년을 보내는 마지막 밤에 인간극장 '김장훈 편'을 보았다.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그런 기분은 이제 식상해져 그저 어제와 오늘을 애써 구분지으려는 인류의 작위에 시큰둥한 그런 시기에 내 앞에 펼쳐진 '진짜 인생'이고 '멋진 삶'이었다. 고맙고도 또 고마운 일이다. 한해가 저물어간다고 모두가 요란한 시기에 '행복하고도 벅찬' 시간을 보냈다.
누구에게나 삶은 소중하고, 개개인마다 가치관이 있다. 그런 이유로 가수 김장훈의 삶이 가장 이상적이라거나 다른 사람들의 삶과 비교해 더 낫다는 이야기를 하기란 쉽지가 않다. 김장훈 역시 어떤 면에선 자신의 행복을 찾아 나서는 것이고, 자신이 생각하고 또 고민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목표를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목표를 찾아나서는 과정이 진지하고, 또 성실하다면 그 모든 삶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존중'과 '존경'은 다르다. 존중은 단순히 인정한다는 의미지만, '존경'은 본받고 싶고, 우러른다는 의미다.
나는 가수 김장훈의 삶을 '존경'한다. 사람들이 다른 이들을 두고 좋다 하고, 또 싫다 말들 많이 하지만, 잘 생기고, 또 이쁘고, 노래를 잘 부르고, 연기를 잘하고, 말을 잘하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김장훈의 삶과 동일선상에서 놓고 볼 수는 없다. 나는 김장훈의 '노래'보다 그의 삶을 사랑한다. 난 대중문화와 관련해서 종종 맹목적인 것을 싫어한다. 맹목적인 방송, 시청자, 팬들... 개개인의 '가치 판단'의 범주 안에서 뚜렷하게 목적성을 갖고 있는 모습이 좋다. 남들의 삶보다는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할 줄 아는, 그럼으로써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이해하고, 인간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모습이 좋다. 그저 일방적인 것은 피하고 싶다.
김장훈은 지금 살아있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죽었어야 할 삶인데, 여전히 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한다. 그것이 지금의 김장훈을 더 강하고, 더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매일 죽고 싶었던 20대에 느꼈던 그 허망함들이 어느정도 인생을 관조할 줄 아는 삶의 깊이를 만들어냈다. 찾아낸 해답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 그럼으로써 내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 잉거솔의 말처럼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바로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인 셈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그리고 그들의 웃음에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 다시 태어나고 또 태어나도 나로서는 도저히 자신이 없는 그런 삶을, 이 하늘 아래 누군가는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 한없이 경이로울 뿐이다. 그저 욕심만 많아 매일 부족하기만 한 내 삶이 부끄럽다.
몇십억씩 기부를 하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인색하고, 가까운 가족들마저 챙기지 못한다. 작은 옷집을 하는 누나를 찾아가 술을 마시고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 나도 따라 눈물을 흘렸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저 나름대로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애닯다. 가족을 챙기지 못했다는 그의 회한어린 눈물에 오랜 고민이 담겨 있는 것도 같다. 다른 사람들처럼 또다른 '자신만의 가족'을 만들지 못하는 고민도 그 안에 같이 담겨 있을 것만 같다.
2010년을 감사하게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