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깨진 유리창 법칙, 마이클 레빈

retriever 2009. 7. 20. 08:56
세상에 이런저런 법칙도 많고, 이론도 많지만 알고 보면 그말이 그말이다. 그러한 법칙을 만듬으로써 새로운 '경영 기법'으로 삼는다거나 시대상의 하나의 '트렌드'로 삼기도 한다. 왠지 先後가 뒤바뀐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나 새로운 노래가 매일 생겨나듯이 법칙이나 이론 역시 하루가 멀다 하고 태어나고 있다. 이 바닥이 다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라고 퉁~치면 된다.
 
요즘 자꾸 부정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습관이 생긴건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이 이론으로 한권짜리 책을 만든다는 것은 종이가 다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굉장히 많이 팔리고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면, 책의 내용이 신선해서가 아니라 번역자의 약력이 화려해서가 아닐까 싶다. 결국 어느정도 그 분야의 저명인사가 번역했다고 한다면 그 책을 추천하는 것 이상이 될테니까. '깨진 유리창 법칙'의 이론을 간단히, 그야말로 간단히 소개하고 여러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서 설명했다. '이론의 기본'에 원칙적으로 동의를 하고 공감을 한다면, 사례를 통한 검증은 사례의 나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데이터가 제공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란, 간단히 말해 아무리 맛있는 음식점이라고 할지라도 유리창에 금이 가 있으면 고객은 외면한다는 것이다. 주인은 그다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문제라고 할지라도, 고객의 입장에서 보았을때는 '유리창에 무신경한 주인은 왠지 음식의 청결에도 무신경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작은 실수나 뜻하지 않은 곳에서의 사소한 결함이 사업 전체의 실패로 연결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말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사소한 부분까지의 세심한 배려가 큰 성공의 발판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최근에 깨진 유리창 법칙이라는 말을 새로 듣기 전까지, 다른 이야기로 받아들였었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의 실수나 또는 장난으로 신발가게(?)의 유리창이 깨졌다. 신발가게 입장에선 새로 유리창을 하는데 비용이 들지만, 유리가게 입장에선 새로운 수익이 생긴다. 유리가게 주인은 수익이 생겼으므로, 소비여력이 생기고 다른 물품을 소비하게 된다. 그렇게 돌고 돌다 보면 결국 누군가는 신발을 사게 될 것이므로, 신발가게 주인 입장에서도 결과적으로 나쁠 게 없다. 오히려 유리창이 새것으로 교체되었으므로 고객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게 된 셈이다. '통화유동'이라는 측면에서 생산과 소비가 활성화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것이다. 단순히 적용하기엔 헛점이 많고, 변수가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고 공감하는 면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깨진 유리창 법칙'으로 이것을 적용하는 것이 더 멋들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세상엔 많은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들이 있다.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이지만, 어느 책이든 하나같이 결과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리저리 분석해고 평가해서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위험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저 결과분석이나 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요소가 굉장히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그 요인을 분석할때는 '아전인수'격인 경우가 많다. 대조군과 실험군이라는 과학적인 절차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그저 A를 했기 때문에 성공한 기업과 하지 못해서 실패한 기업이 있을 뿐이다. A를 했어도 실패한 기업이 있을테고, 다른 부분에 집중을 해서 성공한 기업이 분명 존재할텐데 말이다. 결과에 대한 요인 분석이 논리적으로 풀리지 않을 경우, 믿을건 통계밖에 없다. 기업의 성패는 결곡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인데, 그 마음이라는 것이 수학 공식이 아닌 경우가 많기에. 

일례로 책에서는 '깨진 유리창 법칙'의 대표적인 효과로, 줄리아니 뉴욕 시장과 브래턴 경찰청장의 범죄 감소 대책과 성과를 예로 들었다. 경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서, 강력범죄의 예방 효과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40%의 범죄 감소라는 수치만으로는 어떤 식으로 통계를 잡았는지, 실제로 강력범죄의 범죄 감소율이 어느정도였는지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일정부분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자본과 인력의 투입은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가져오게 되어 있다. 다만 효율성 문제에서 市가 어떤 식으로 자원을 활용하고 배분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하겠지만. 잡설이 길었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렇다. 얼마전 읽었던 '괴짜경제학'에서도 90년대 뉴욕시의 범죄 감소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이 책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색다른 이론을 소개했었다. 시대적으로 90년대에 뉴욕시의 중범죄는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이야기하면서, 브래턴 경찰청장이 후에 똑같은 방법으로 다른 곳에 적용을 했을때 실패한 사례를 들었다. 오히려 이런저런 데이터들을 찾아내서 보여주니까 상식적으로 더 엉뚱함에도 불구하고 신빙성이 있었다. 더불어 이런 상반된 의견을 접할때마다 보다 많은 식견과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